49일 동안 12만 명 투입... 대단한 정성으로 지은 도성

마성전창 0 07.24 00:36

관동대로의 기점인 동대문과 봉제공장으로 가득했던 이화동 마을


조선시대 강원도로 연결되는 관문이었던 보물 제1호 흥인지문(興仁之門). 한양도성의 정동에 있어서 동대문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오늘날에는 문 남쪽으로 의류도매시장과 복합쇼핑몰이 잘 어우러져 외지인들도 많이 찾는 우리나라 최대 패션 관광특구이기도 하다.

 

문 북쪽으로는 도성을 따라 좌우로 마을이 있는데, 좌측은 이화동, 우측은 창신동이다. 이 둘은 주거비가 싸고 동대문 시장과 가까워서, 한때 가내봉제공장들로 가득했다. 그러다가 의류업이 자동화 되는 길을 걷게 되면서 이화동 봉제공장의 흔적이 서서히 사라지다가 최근 낙산 성곽 주변에 도시 재생사업을 하면서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관동으로 가는 관문이었던 동대문과 한때 동대문 시장의 역사와 함께했던 이화동 벽화마을을 찾아가 보았다.


흥인지문 이야기


도시철도로 동대문을 가려면 서울 지하철 1호선과 4호선 동대문역에서 내리면 흥인지문을 바로 볼 수 있다. 참고로 1호선은 서울역과도 연결된다. 각지에서 차를 타고 동대문으로 오는 경우 한남대교를 건넌 후 장충단로를 따라서 오면 된다.

 

나는 부산 사람이라 서울역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면 숭례문을 먼저 보는 편인데, 흥인지문도 숭례문과 더불어 문루가 다포식 2층 구조로 되어 있는 데다가 경복궁 건물처럼 지붕 좌우로 잡상이 있어서 다른 지역의 성문보다 위용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앞뒤가 뻥 뚫려 있는 숭례문과 달리 흥인지문은 항아리 모양의 성곽이 입구를 가리고 있다. 항아리 모양의 성곽을 옹성이라고 하는데, 통나무를 들고 성문을 공격하는 것을 막아줘서 수비진이 성문을 방어할 때 용이하기에 옛 읍성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흥인지문의 경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경복궁에서 광화문 광장을 바라보는 기준으로 좌청룡에 있는 낙산이 인왕산, 북악산, 남산보다 낮아서 풍수사가 봤을 때 외적의 침입이 잦을 것이라고 봤다. 즉 흥인지문의 옹성은 동쪽에 약한 기를 보충하기 위한 풍수 목적도 있다.

 



▲  보물 제1호 흥인지문(興仁之門). 한양도성의 성문 중 유일하게 옹성이 있는데, 지대가 낮은 낙산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풍수 목적도 있다.



 

그리고 조선은 성리학을 표명한 국가이기 때문에 동, 서, 남으로 맹자가 언급한 인, 의, 예를 붙였다. 이렇게 되면 흥인문, 돈의문, 숭례문이 되어야 하는데, 갈 지(之) 자가 붙여서 네 자다. 글자를 추가로 붙인 이유는 동대문이 세워진 곳이 습하고 낮은 토대여서 이를 보충하기 위한 것.

 

흥인지문이 건립된 건 태조 5년(1396)이다. 이후 단종 1년(1453)에 중수되다가 고종 6년(1869)에 크게 개축하여 오늘날에 이른다. 조선 후기 효종 때에는 성문 부근에 훈련도감의 분영인 하도감을 설치했고, 정조 때에는 국왕의 호위를 담당하는 장용영도 이곳 근처에 설치했다고 하니, 한때는 군사지구였던 셈이다. 조선 후기 군사지구였던 곳은 광복 이후 의류도매시장이 생기면서 패션의 중심지로 거듭나게 된다.

 

또한 흥인지문은 구리, 양평을 거쳐 강릉과 평해(오늘날 경상북도 울진 평해읍, 조선시대에는 강원도 관할이었다)로 이어지는 관동대로가 시작하는 지점이기도 했다. 재미있게도 오늘날 중앙선을 타고 서원주역까지 가다가 강릉으로 가는 KTX선형과도 비슷한데, 청량리역이 옛 동대문의 역할을 이어받았다고 해야 하나. 물론 성문을 지나는 6번 국도도 양평과 횡성을 거쳐 강릉으로 가기에 지금까지도 강원도로 가는 길목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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