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계약한 DJ 피터스(28)는 큰 기대를 모은 선수였다. 일단 2021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뛴 경력이 있었다. 그리고 롯데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여러 툴을 갖추고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롯데는 중견수 수비가 약했고, 여기에 베테랑 선수들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장타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피터스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론적으로는 적임자였다. 엄청난 운동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잘 뛰고, 멀리 칠 수 있는 선수였다. 20홈런 이상에 안정적인 외야 수비를 보여주는 중견수의 가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컸다.
그러나 피터스는 결과적으로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85경기에서 13개의 홈런을 친 것까지는 좋았다. 외야에서 운동능력도 보여줬다. 하지만 공을 좀처럼 맞히지 못했다. 타율은 0.228에 머물렀고, 85경기에서 77개의 삼진을 당했다. 콘택트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수비에서의 잔실수도 도드라졌다. 참다 못한 롯데는 잭 렉스와 계약하며 피터스와 인연을 정리했다.
피터스는 아직 젊은 나이였다. 퇴출된 이후 다시 미국으로 시선을 돌렸다. 퇴출 직후인 9월 워싱턴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고, 2023년 시즌을 앞두고는 디트로이트와 다시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재취업은 빠른 편이었다. 그런데 뛰는 무대, 그리고 뛰는 위치가 이상하다.
피터스는 시작은 트리플A 무대에서 했다. 나이도 있고 나름 메이저리그 경험도 있으니 그 위치가 맞았다. 그런데 한동안 보이지 않더니, 6월에 플로리다 루키 리그로 내려갔다. 피터스의 경력을 고려하면 루키 리그에서 뛰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유가 있었다. 포지션을 바꿨다. 투수다.
피터스는 9일(한국시간) 디트로이트 루키팀 소속으로 토론토전에 나서 첫 등판을 했다. 선발 가르시아(4이닝), 두 번째 투수 카스티요(2이닝)에 이어 7회 등판했다. 2이닝을 던져 7타자를 상대하며 무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디트로이트 마이너리그 팀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타이거즈 ML 리포트'는 당시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디트로이트가 외야수 DJ 피터스를 투수로 전향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피터스의 투수 전향이 조용하게 진행됐기에 현지의 전문 매체도 이 소식을 접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쩌면 한 차례 등판일 수도 있지만, 피터스는 13일 또 루키 리그 경기에 투수로 등판했다. 필라델피아 루키 팀과 경기에 6회 마운드에 올라 1⅔이닝을 던졌다. 볼넷 3개를 내주면서 2실점(1자책점) 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일시적으로 마운드에 오른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아직 젊은 나이기는 하지만, 투수 전향은 어쨌든 도박이다. 피터스는 아마추어 시절 투수로도 곧잘 좋은 성적을 냈다.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했다. 외야수로서의 경쟁력보다는, 투수로서의 경쟁력이 더 있다는 디트로이트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수도 있고 혹은 자신이 원했을 수도 있다.
사실 미국에서 피터스의 외야수 경력은 이미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온 상태다. 2021년 LA 다저스와 텍사스를 거치며 70경기에 나갔다. 13개의 홈런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타율은 0.197에 그쳤다. 출루율도 0.242였다. 콘택트에 문제가 있다는 건 분명하고, 사실 수비력은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렇게 좋은 수준도 아니다. 더 늦기 전에 투수로서 뭔가 전기를 만들어보려는 움직임일 수도 있다.
피터스의 투수 등판이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만약 실패한다고 해도 다시 야수로 돌아가면 되는 문제일 수 있다. 새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