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논란을 의식한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씁쓸히 웃으며 유럽으로 출국했다.
15일 오전 9시 30분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홍명보 대표팀 신임 감독의 첫 인터뷰가 열렸다. 지난 7일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홍 감독은 취임 후 공식 기자회견을 갖지 않고 곧바로 코칭스태프 선임을 위해 유럽으로 출국한다.
홍 감독은 감독직 수락 후 많은 비판을 받았다. 사실살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사퇴 후 전권을 받은 이임생 기술발전이사가 홍 감독 선임을 결정하면서 절차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홍 감독도 일주일 전까지 밝혔던 거절 의사를 한순간에 뒤집으며 울산 팬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이후 이영표, 이천수에 이어 박지성까지 나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지만 축구협회는 아랑곳 하지 않고 선임을 밀어붙였다.
그래서인지 홍 감독 기자회견이 준비된 출국장에 팬들의 모습을 많이 보이지 않았다. 많은 취재진과 방송 카메라가 몰리자 지나가던 행인들이 '누가 오냐'라고 질문하는 게 전부였다. 홍 감독에 축하인사나, 잘 다녀오라고 말하는 팬은 없었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홍 감독도 현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취재진 앞에 선 홍 감독은 먼저 취임 기자회견 대신 유럽 출장을 나가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된 후에 통상적으로는 취임 기자회견을 가지고 그 다음 업무를 시작하게 됐는데, 이번 같은 경우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취임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먼저 유럽 출장을 가게 됐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양해 부탁드리겠다"고 했다.
후폭풍에 대한 심경도 밝혔다. 그는 "지난 번에 말씀 드린 것처럼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을 어떻게 하면 강하고 좋은 팀으로 만들어 가냐가 제 머리속에서는 가장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 지금 많은 분들의 걱정과 기대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제 인생 마지막 도전에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라며 지지를 부탁했다.
홍 감독은 인터뷰 후 씁쓸히 웃으며 보안구역으로 들어갔다. 한 사진기자가 손을 흔들어 달라고 요청하자 "지금 손 흔들면 안 될 것 같은데…"라며 여론을 의식하는 말은 남기기도 했다.
출장 일정은 세부적으로 공개되진 않았지만 약 일주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럽에서 프리시즌에 돌입한 해외파들과 만나게 될 경우 출장 기간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귀국 후 인터뷰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