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하는 걸 좋아합니다...

짱구는목말러 0 07.12 06:28

삽입을 통해 쾌감을 느끼려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적절한 스피드와 꽉 찬 포만감. 스피드는 거의 전적으로 남자의 컨트롤 하에 있다. 삽입 시 포만감도 남자의 페니스에 기대는 부분이 크지만 여자의 할 일은 분명히 있다. 뒤로 삽입하는 포지션에서는, 여자는 엉덩이 근육을 조인다. 엉덩이 근육을 조이면 질에 압박감을 줘서 풍만한 즐거움을 누리는 데 도움을 준다. 무릎을 꿇고 실전에서 자세를 잡아보면 알겠지만 엉덩이 근육을 자연스레 조이는 데 남자가 뒤에서 들어오는 포지션만큼 편한 것도 없다. 마치 두 볼기짝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힘을 가하려면 여자의 상체는 최대한 바닥에 붙이고, 엉덩이는 하늘로 치켜든다. 어깨가 매트리스에 닿아야 한다. 맹수를 피하려다 땅 속 구멍에 얼굴을 쳐 박고 엉덩이는 공중에 뜬 타조(...다시 동물이냐?)같은 기분이 스물스물 올라오면, 제대로 자세를 잡은 거다. 또, 페니스의 굵기 만큼이나 깊숙한 삽입 역시 피스톤 운동을 통해 느끼는 포만감에 한 축을 담당한다. 질의 입구뿐만 아니라 뒷벽까지 깊숙이 삽입하는 데 이 뒤에서 진입하는 포지션은 최선으로 고려해야 할 자세다. 사람들이 계속 하는 건 자연스러운 동작이기도 하지만 즐거우니까 하는 거다. 좋으니까, 흥분하니까 뒤로 하는 것도 괜찮아졌다.

 

하지만 1%가 부족했다. 물어보지 않아도 이 뒤로 하는 자세를 통해 남자가 흥분하고 있다는 걸, 시들지 않은 그의 페니스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내 쪽에서 뭔가 그를 더 자극하고 싶었다. 마음에서 ‘are you busy enough?’가 울리는 타이밍.

 

대학원 수업을 들을 때다. 사회언어학 시간에 3명씩 조를 짜서 팀 프로젝트를 했다. 우리 조는 나와 ESL 박사 과정의 중국인 학생 그리고 스페인어과 석사 과정의 미국인 학생 이렇게 한 팀이었다. 자연스레 스페인어과 미국 아이가 팀장이 되었는데, 그 친구는 바쁘지 않으면 탈이 날 것처럼 시간을 쪼개 쓰는 타입이었다. 논문 연구에, TA(teaching assistant, 강의 조교)일에, 교내 취미 여자축구팀의 캡틴이고, 인터내셔널 하우스라는 교내 학생 단체의 행정일도 맡아서 하고 있었다. 그 친구가 나와 중국인 클래스메이트를 쪼는 이메일을 보낼 때마다 쓰는 말이 “are you busy enough?"였다. 머리와 시간을 투자해 더 나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원한다는 말을 저런 식으로 했다. 당시에는 재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 ‘are you busy enough'는 놀랍게도 잠자리에서도 유효한 자세였다. 

 

남자가 뒤에서 움직이는 피스톤 운동을 가만히 즐긴다고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내가 그런 상황을 만족하지 않았다. 끌려 다니는 느낌을 혐오하는 나로선 침대에서 작은 부분이라도 내가 이끄는 동작이 필요했다. ’Are you busy enough‘의 만트라를 떠올리다 보니 손이 놀고 있더라. 한 팔을 뒤로 뻗어 그의 음낭과 엉덩이 사이를 손가락 두 개로 꾹꾹 누르며 애무했다. 자극이 지나친지 내 엉덩이를 붙든 그의 악력이 갑자기 강해진다. 쾌감을 참기 힘든지 “으음...”하고 살짝 신음을 뱉는 남자. 나는 그래도 쉬지 않고 계속 같은 곳을 눌렀다. 하반신 앞뒤가 자극을 받는 것에 황홀한 나머지 그가 진저리를 치듯 몸을 비튼다. 내 손을 조금 바쁘게 움직이니 커플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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