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형 망상장애' 의처증·의부증

토둔플로리에 0 07.10 02:50

궁녀는 왕의 '은총'을 받지 못하면 평생 독수공방하는 운명이었다. 따라서 왕의 사랑을 받기 위한 갖가지 비방을 맹신했는데, 질투심도 대단했다. 대표적인 인물로 고종의 후궁인 엄비(嚴妃)를 꼽을 수 있다. '도화(桃花)라지 도화라지 네가 무삼에 도화라 하느냐 복숭아 꽃이 도화라지'라는 민요가 이를 증명한다. 고종이 평양기생 도화를 가까이하자, 엄비는 바늘로 도화의 얼굴을 상하게 한 후 쫓아냈다. 이 사건을 빗대어 불려 진 것이 '도화요(桃花謠)'다. 

질투심은 여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남성의 질투가 더 잔혹하다. 고려 때 밀직부사(密直副使)라는 고위직에 있었던 허유(許猶)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아들 못 낳는 것을 고민하던 그는 노비를 '씨내리'로 삼았다. 노비와 아내의 합방을 주선했던 그는 아내가 건장한 아들을 낳자 임포콤플렉스와 질투심으로 노비의 양물을 자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인간은 사랑을 하면 연인을 독점하려는 욕구와 더불어 질투심이 생겨난다. 질투심은 배우자에게 더욱 멋진 파트너가 되려는 노력으로 나타나지만, 심한 경우 '의처증'이나 '의부증'의 원인이 된다.

의처증과 의부증은 '질투형 망상장애'로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정상적인 사람은 외도를 의심하다가도 아니라는 증거가 확실하면 배우자를 믿게 된다. 하지만 의처증이나 의부증이 있는 사람은 증거조차 조작됐다고 믿을 뿐만 아니라 치료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이다. 또한 배우자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준다. 심지어 자신을 치료하는 의사조차 배우자의 불륜대상으로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

전체 인구의 1~4% 정도가 의처증이나 의부증을 겪고 있는데, 성의식이 과감해지면서 증가하는 추세이다. 발병 시기 역시 과거에는 35~55세 사이에 주로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10대 후반부터 70대 이상까지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난다. 정신분열증이나 우울증,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과 같은 질환으로도 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 정신이 멀쩡한데 갑작스럽게 발병한다. 독점력이 강한 성격, 배우자에 대한 열등감, 동성애적 경향, 스스로 부정한 행동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때 주로 나타난다. 여성보다 남성이 상대적으로 심한데 알코올 중독이나 편집증이 있는 부모, 권위적이고 지배적인 가정에서 자란 경우 많이 발병한다. 여성의 경우 의존성이 강해 배우자가 옆에 있어야만 안심하는 타입이 대부분이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폭력적인 행동을 거쳐 자살이나 타살 등의 극단적인 행동으로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상담치료만으로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 약제를 투여하는 한편 입원 치료와 가족 치료를 병행한다.

한편, 노인들의 망상장애는 치매의 전조증상일 가능성이 높다. 치매는 일반적으로 기억력 저하로 시작되지만 망상이나 성격변화 등의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따라서 노인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가족이나 이웃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 정기적인 검진으로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모든 병의 치료는 예방이 최선이다. 따라서 부부간의 대화와 빈번한 애정표현을 통해 사전에 망상장애의 싹이 자라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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