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한 첫날밤…'허니문 해프닝'

크리스티나아기 0 07.10 02:50

'신랑은 나무기러기를 쥐고 / 신부는 마른 꿩을 쥐었으니 / 그 꿩이 울고 그 기러기가 날 때까지 / 두 사람의 정이야 그치지 않으리' 

조선 후기의 문신 이옥의 작품인데, 백년해로를 약속한 신랑신부가 신방에 들면 장모가 '신방 엿보기'를 하였다. 실학자 이덕무는 '청장관전서'라는 책에서 '사위를 맞아들이면, 3일간 신방에서 자게 하는데, 집안 부인이 반드시 몰래 신랑 신부의 말을 엿듣는다'고 밝혔다. 엿보기 풍속에 대한 유래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조혼풍속으로 나이 어린 신랑이 첫날밤을 무사히 치르는지 확인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합궁 능력에 버금가는 통과의례가 '신랑매달기'였다. 신랑매달기는 처가 마을 사람들과 교분을 트는 신참의식이었는데, 간혹 신부를 연모하던 총각들이 앙심을 품고 혹독하게 발바닥을 매질해 신랑이 죽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신부 집안에서는 환심을 사기 위해 산해진미를 차려 놓았는데, 하객들은 음식의 이름을 바꿔 부르는 것으로 백년해로를 기원했다. 즉, 엿은 '잡아 늘이기', 쇠고기는 '도끼버섯', 생선은 '팔딱팔딱'이라고 불렀다. 부부 애정은 엿처럼 늘리고, 신랑의 양물이 버섯처럼 장대해져 사내(도끼)를 낳으라고 도끼버섯, 정력은 왕성하라고 팔딱팔딱이라고 불렀다.  

신부 역시 혹독한 검증을 거쳤다. 혼례를 마치고 시댁에 당도하면 경험 많은 친척 여인들이 목욕을 시켜주면서 신체를 간색(看色)하여 처녀인지를 판단했다. 또한 연묵자자(戀墨自刺)의 흔적도 꼼꼼하게 확인했다. 사랑의 정표로 연인 간에 어깨나 허벅지 등에 문신을 하는 풍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갖가지 통과의례를 거치고도 일정기간이 지나야 부부로 인정을 받았기에 액막이에 유달리 신경을 썼다. 그 중의 하나가 바가지를 대문에 엎어 놓고 신랑이 밟아 깨뜨리는 것으로 음에 해당하는 지신(地神)을 놀라게 하여 훼방을 놓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이처럼 과거에는 혼례의식도 복잡했지만 부부생활의 제약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웬만한 어려움은 감내하며 부부생활을 영위했는데, 혼례의식이 단순해진 요즘에는 이혼율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5년 이혼 건수는 10만9000건에 달한다. 이중 결혼기간이 5년 미만인 경우가 22.6%에 달했다. 따라서 '허니문 이혼'에 대한 사회적 대책 마련이 시급한데, 의학적으로 '허니문 해프닝'이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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