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 험한 데 빠져드는 ‘파묘’,

나홀로지배 0 07.09 19:17

이렇게 경쾌하게 시작한 <파묘>는 “악지 중의 악지”에 자리한 ‘이름 없는 묘’를 찾아가면서 본격적인 오컬트의 음산한 세계로 관객들을 이끈다. 하지만 묘 앞에서 상덕은 머뭇거린다. 산꼭대기에 위치한데다 여우들의 수상한 움직임 등으로 도저히 쓸 수 없는 곳에 쓴 묘라는 불길함을 느낀 상덕은 “잘못 이장하면 모두가 줄초상”이라며 이를 거절한다. 하지만 아이가 죽어간다는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고 관을 열어 염도 하지 않고 곧바로 화장하려던 일이 틀어지면서 나와서는 안 될 ‘험한 것’이 나온다.


이처럼 <파묘>는 무속과 풍수가 등장하는 오컬트 장르지만 그 장르가 상투적으로 재현하던 방식을 빗겨나 있다. 물론 굿을 시작하면 무당 본연의 눈빛으로 돌아가지만, 평상시에 화림과 봉길은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세련된 젊은이들처럼 스타일리시하게 그려진다. 게다가 <파묘>는 오컬트가 갖는 시종일관 음산하고 무거운 분위기와도 사뭇 결이 다르다. 화림과 봉길, 상덕과 영근이 하나의 미션을 수행하는 팀처럼 그려지는 면이 공포와 맞서는 든든한 대결구도를 만들어내고, 때때로 해학적이고 명랑한 코미디적 상황들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결말을 향해 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다양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며 몰입감을 준다. 웃다가 오싹하다가 연민의 감정이 느껴지기도 하는 다양한 재미들이 과정들을 꽉꽉 채워놓는다. 결국 겁나 험한 것이 나온 관이 야기하는 공포감이 서둘러 치러진 화장으로 일단락된 것처럼 보일 때, 영화는 그것이 이제 겨우 애피타이저에 불과했다는 듯 본격적으로 하려고 했던 진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파묘에 참여했던 동료가 그곳에서 본 기이한 형체의 뱀 때문에 동티가 난 것 같다며 괴로움을 호소하고, 그 뱀의 축원을 빌어주기 위해 다시 묘를 찾아간 상덕은 거기 또 세워진 채 묻혀진 거대한 관을 발견한다. 그리고 영화는 이제 일제강점기에 한반도의 기운을 꺾기 위해 전국 곳곳에 일제가 박아 넣었다는 ‘쇠말뚝’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러면서 여기 얽힌 친일이나 일제의 괴상망측한 음모론들이 감독의 상상력에 의해 일본 요괴나 여우 음양사 같은 일본 오컬트물의 소재들로까지 펼쳐진다.


이처럼 <파묘>는 다소 마니악한 장르로 여겨진 오컬트물에 대중성을 더해 넣은 작품이다. 케이퍼 무비 같은 스타일리시한 접근방식이 더해졌고, 여기에 공포와 더불어 해학 같은 웃음이 빠지지 않으며, 나아가 그저 무서운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일제강점기 같은 ‘역사’에 대한 인식을 담는 보편성까지 더해넣는다. 그것은 마치 화림이 첫 에피소드인 ‘음양오행’에서 설명하듯 음과 양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균형감 그대로다.

흥미로운 건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대사를 통해 쇠말뚝으로 민족의 정기를 끊어내려 했던 저들의 만행에 맞서 이 작품이 그 끊어진 허리를 잇는 과정을 구성적으로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감독 스스로 밝혔듯이 <파묘>는 첫 번째 관이 나오는 앞부분의 서사와 두 번째 관이 나오는 뒷부분의 서사가 끊겨진 듯한 두 가지 이야기가 병치되어 있는데, 영화를 끝까지 보다보면 두 이야기가 일제에 부역한 자들과 쇠말뚝을 박아넣은 자들로 다시 연결되는 지점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영화는 <파묘>라는 제목에 담긴 ‘파헤친다’는 의미는 끝부분에 이르면 새로운 의미로 확장된다. 그건 그저 친일파 문제나 과거사 문제처럼 마치 없던 일처럼 묻어두고 넘어가기보다는 파헤쳐 그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이 땅을 살아갈 후손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는 의미에서의 ‘파헤침’이다. 그건 결국 쇠말뚝을 제거함으로써 인위적으로 막혔던 흐름들을 제자리로 돌린다는 의미에서도 진정한 관계의 회복이 무엇을 전제해야 하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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