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섹스를 할 때는 밋밋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결혼하고 5년쯤 지났을 무렵이었어요. 남편하고 관계를 마친 후 천장을 보고 누워 있는데 문득 어제 아침에 먹은 찌개가 오늘 저녁 식탁에 또 올라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권태기가 찾아온 거죠.
김 저도 그런 때가 있었어요. 섹스를 별로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숙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그런 권태기를 극복하는 데 집이 아닌 곳에서 섹스를 한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이 맞아요. 결혼한 햇수가 늘어날수록 집에서 섹스를 할 때 변화를 주는 게 쉽지 않아요. 습관처럼 ‘하던 대로’ 하고 사는 거죠. 애무도 하던 대로, 체위도 그대로 반복하게 돼요. 부부가 오래 살다보면 어디를 어떻게 애무하고 어떤 체위로 하면 상대가 쉽게 오르가슴에 도달하는지 잘 알잖아요. 마치 정해진 코스 요리가 나오듯 말이에요. 혜정씨는 언제 처음 집이 아닌 밖에서 섹스를 해보았나요?
김 신혼 초였어요. 어느날 저녁 남편이 졸업한 대학 근처에서 외식을 했는데, 남편이 “학교에서 좀 쉬었다 가자”고 하더라고요. 대학 다닐 때 꼭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가 캠퍼스에서 여자친구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는 것이었다면서. 그래서 캠퍼스 벤치에서 남편이 제 무릎을 베고 누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슬쩍슬쩍 제 몸을 건드리더라고요. 신혼 때는 남편 손이 가만히 있질 안잖아요(웃음).
이 신혼 초엔 밥을 먹다가 서로 눈빛만 마주쳐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숟가락을 놓고 침대로 달려갈 때니까요.
김 뜨거워진 몸을 주체할 수 없었던지 남편이 벌떡 일어나더니 제 손을 잡고 나무가 많은 곳으로 가는 거예요. 인적이 드문 곳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람이 지나가면 어쩌나 싶어 “여기선 안 된다”고 하는데도 고집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하니까 집에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쾌감이 느껴졌어요. 스릴이 더해져서 그런 것 같아요.
‘낯선 곳에서의 섹스’가 권태기 극복에 도움 돼
이 전 야산에서 남편과 섹스를 한 적이 있는데, 결혼 3주년 기념으로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였어요. 제가 운전하는 남편을 슬쩍슬쩍 만지면서 장난을 쳤더니 남편도 제 몸을 더듬더라고요. 그러다 제가 흥분을 느껴 “무지 하고 싶은데…” 하니까, 남편이 즉시 차를 샛길로 돌려 야산으로 올라갔어요. 주위에 인적이 없는 것을 확인하더니 차에서 내려 낙엽이 쌓인 곳에 야외용 돗자리를 까는 거예요.
김 차에서 안하고요?
이 렌터카였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는 차에서 한다는 게 좀 찝찝하잖아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지나갈 것만 같아 불안했는데 남편이 “안전한 장소인 것 같다”며 옷을 벗더라고요. 물론 저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사랑을 나눴죠.
김 와~, 야외에서 옷까지 다 벗고 했다니 대단하네요.
이 남편은 보통 한번 사정하면 다시 발기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인데, 그날은 예외였어요. “아주 짜릿하다”면서 30분 만에 두 번을 하는 거 있죠. 저도 느낌이 달랐어요. 누군가 우릴 볼 것만 같아 불안하면서도 스릴이 느껴져 더 짜릿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