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용 감독과 '범죄도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1편의 조감독을 거쳐 2, 3편의 메가폰을 잡은 그는 연출 데뷔작으로 '천만 감독'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지만 들뜨거나 만족하지 않았다. 이로 얻은 소중한 인연과 경험을 안고 또 다른 행보를 펼칠 그의 다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범죄도시3'의 메가폰을 잡은 이상용 감독은 개봉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났다. 긴장한 모습으로 등장한 그는 "우리나라에 기자 분들이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며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먼저 이상용 감독은 '천만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소감부터 전했다. 연출 데뷔작인 '범죄도시2'(2022)는 126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한민국 영화 사상 역대 28번째 천만 영화이자 팬데믹 이후 최초 천만 영화가 되며 새 역사를 썼다.
그러나 뜨거운 인기를 실시간으로 체감하지 못한 이상용 감독이다. 2편이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동안 3편을 위한 오디션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막 데뷔한 것 같아요. 거의 4년 동안 '범죄도시'를 하다 보니까 이제 와서야 어느 정도 끝낸 것 같네요"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범죄도시3'는 대체 불가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가 서울 광수대로 이동 후, 신종 마약 범죄 사건의 배후인 주성철(이준혁 분)과 마약 사건에 연루된 또 다른 빌런 리키(아오키 무네타카 분)를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다.
앞서 석가탄신일 연휴 기간인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극장에서 프리미어 상영(유료 시사회)을 진행했고 3일 만에 46만 9309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렇게 정식 개봉 전부터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지만, 이상용 감독은 "2편의 후광이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의 기대치가 높다는 방증이죠"라고 들뜨지 않은 모습을 유지해 눈길을 끌었다.
"개봉하고 대중들이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점은 아니라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해요. 물론 영화관이 좋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많이 찾아주셨다니까 기분이 좋지만, 아직 본게임은 시작하지 않았죠. 본게임이 끝나야 좀 체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이상용 감독은 '범죄도시2'로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속편의 공식을 보기 좋게 깨며 시리즈의 프랜차이즈화에 성공했지만, 한없이 행복할 수 없었다. 이 같은 흥행은 3편을 연출하는 동안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큰 부담감이 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상용 감독은 '2TOP 빌런'을 비롯해 마석도의 주변 인물까지 새롭게 세팅했고 마석도의 복싱 액션과 사운드를 버라이어티하게 담아내며 신선함을 안기는 데 성공했다. 흥행에 성공한 전작을 답습하지 않으며 변주를 택한 건 그의 자부심이 됐다고.
"포스터에 박힌 순간 뻔한 영화예요. 권선징악으로 다 설명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과정은 새로워요. 신선한 유머가 있고 액션도 진화했어요. 4편은 또 다를 거고요. 제가 개인적으로 뜻깊다고 생각하는 건 배우들을 다 바꿨다는 거예요. 새로운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저의 영화 인생에서 큰 부분이 될 것 같아요. '범죄도시'가 시리즈로 이어지려면 한 번은 했어야되는 선택이라고 생각했죠. 너무 재밌는 작업이었어요."
그러면서 이상용 감독은 3편을 만들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으로 '4편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을 꼽았다. 1편부터 3편까지 '범죄도시'에 몸담으면서 작품을 향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그는 "시리즈니까 3편만 잘 되야 되는 게 아니잖아요. 다음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는 게 1번이었어요. 이는 스코어와 또 다른 문제죠"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4편 촬영이 끝났는데 굉장히 잘 나왔다더라고요"라고 귀띰해 자연스레 다음을 향한 기대감을 심어주는가 하면, '돌고 돌아 '범죄도시'를 다시 하게 된다면 선택할 거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듣자 말을 아껴 웃음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