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채소 먹고 건강해지기도 힘들다니까요.”
서울 강남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박나겸씨(28)는 점심식사차 찾은 샐러드점 앞에서 가격표를 보고 망설였다. 가격이 1만5000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박씨는 샐러드를 포기하고 가까운 패스트푸드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박씨는 “점심값으로 연초보다 한 달에 2만원 정도는 더 쓰는 것 같다”면서 “점심값 지출을 아끼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햄버거를 먹는다”고 했다.
여의도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강모씨(26)도 “어제 점심으로 먹은 제육볶음이 1만3000원이었는데 커피까지 마시면 2만원에 가까워진다”면서 “야근을 자주 해서 점심, 저녁을 밖에서 해결하고 있는데, 간단한 식단으로 끼니를 해결한다고 해도 월급이 쑥쑥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22일 KB국민카드가 매출 데이터를 통해 서울 및 수도권의 대표적인 5개 업무지구(광화문·강남·여의도·구로·판교)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의 점심시간대 이용금액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수도권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건당 1만47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사이 지역별 건당 이용금액은 강남이 가장 많이 늘었고, 월평균 이용금액은 여의도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직장인이 한 달간 점심시간에 지출한 금액과 건당 이용금액은 2019년 대비 모두 증가했다.
직장인들이 지난 1~5월 음식점, 커피·음료, 편의점 등에서 결제한 금액은 평균 23만9000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20만4000원) 대비 약 17% 늘어났다. 이용금액 증가가 높은 지역은 여의도(22%), 광화문(20%), 구로(20%), 강남(12%), 판교(0.2%) 순이었다.
건당 이용금액도 같은 기간 1만1300원으로 13% 늘었다. 특히 강남지역의 건당 이용금액은 15%(약 1400원) 증가해 분석 지역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어 광화문 12%(약 1300원), 구로 12%(1000원), 여의도 7%(800원), 판교 3%(300원) 순으로 증가했다.
지역별 음식점의 건당 이용금액도 강남은 2019년보다 23% 늘어난 1만4100원으로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용금액 자체는 광화문이 약 1만6000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데이터 분석 대상은 5개 업무지구 인근 지하철역에 오전 6~10시, 월 10회 이상 하차한 개인 신용·체크카드 고객이며, 2019년 1~5월과 올해 같은 기간 직장인의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