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리스 러브 스토리

살랑페라 0 06.27 02:18

동성 간의 사랑을 뜻하는 BL(Boy’s Love), GL(Girl’s Love). 여성향 웹툰 플랫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키워드다. 어쩌면 전통적인 로맨스 장르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인기 있는 카테고리이기도 하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서브컬처로 취급되었던 BL, GL이 메인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8090 여성 독자들의 힘이 컸다. 이들은 특히 퀴어 문화에 거부감이 적은 세대인데, 1990년대부터 이어져온 아이돌 팬덤 문화의 영향이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 간의 연애를 그린 소설 ‘팬픽’이 성행했다는 사실을 이제는 누구나 안다(지금도 아이돌 팬덤에선 활발히 제작된다). 팬픽을 직접 생산, 소비하고 공유하는 데 능했던 소녀들은 자라서도 동성애물을 쓰고, 읽고, 그리고, 공유한다. 게다가 시간이 흘러 경제력까지 갖춘 소비자가 되면서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어떤 장르보다 코어한 독자층을 가진 BL, GL은 당분간 건재할 듯하다.  


로맨스는 성인 웹툰 시장에서도 만고불변의 클래식이자 흥행 공식. 하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다. 현실 너머 판타지의 영역에서도 로맨스는 무섭게 세력을 확장 중이다. 로맨스 판타지(이하 ‘로판’)는 과거, 웹소설에서 주류 장르로 소비돼왔다. 중세 유럽이나 조선시대 등을 다룬 시대극인 경우가 많고, 대부분 왕자와 신데렐라형 여주가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였다. 19금 작품들은 어둡거나 피폐해서 호불호가 갈렸다. 작화가 까다롭고, 호흡이 긴 탓에 웹툰으로 제작되는 데 한계가 있었는데, 최근 성인 웹툰 시장의 성장은 ‘로판’의 활로 개척에도 도움이 됐다. 알음알음 아는 사람만 보던 서브컬처가 메인 플랫폼에 등장하면서 어엿한 메이저 장르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관을 가진 신작이 대거 등장하고, 동명의 19금 웹소설을 웹툰화하는 경우도 늘었다. 시대물 위주의 일반적인 로판 외에 현대물에 판타지 요소를 한 방울 섞은 작품도 흥행에 성공하고 있어, 앞으로 로판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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