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외도사실을 안 아내들의 반응은 죽음에 직면한 말기 암환자들의 반응과 유사하다. 처음에는 사실을 부인하다가 곧 격렬한 분노를 표출한다. 시간이 지나 분노가 좀 수그러들면 상황이 반전되기를 기도하며 타협하려 한다. 그러나 이것도 여의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모든 의욕이 사라지고 무기력해지면서 깊은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단계로 간다. 다만 차이점은 말기 암환자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거의가 죽음이라는 어쩔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지만 외도는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불행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거나 이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이전보다 훨씬 좋은 결혼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 외도사실을 알았을 때 대부분의 아내들은 엄청난 분노를 표출한다. 악을 쓰며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집어던지고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으면 남편을 할퀴고 때리는 폭행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또 “당장 이혼해.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나가. 가서 그 년하고 잘살아봐!”라며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쏟아낸다.
아내의 입장에서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렇게 화풀이를 실컷 하고 나면 속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부부관계에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상대방이 화를 내면 방어적으로 변하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아내가 지나치게 화를 내고 공격을 해 오면 외도사실을 시인하고 잘못을 빌려고 생각했던 남편들도 “당신 지금 미쳤어. 신경과민이야,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라며 외도사실을 부인하거나 도리어 아내를 정신 이상자로 몰고 갈 수도 있다. 그리고 이후에는 더 치밀하고 교묘하게 외도를 한다.
또 아내가 싫어서 외도를 한 것이 아닌 경우에도 감정에 휘둘려 형편없이 무너지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실망하거나 “저러니 내가 외도를 하지.”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는 화해를 하려고 해도 아내의 화난 모습에 정나미가 떨어져 관계를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게다가 “나가서 그년하고 살아”라고 홧김에 뱉은 말을 남편이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사태를 더 심각하게 만들 수도 있다.
반대로 어떤 아내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르는 체 묻어두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혼자만 가슴앓이를 하며 덮으려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외도문제를 정면으로 대하지 않고 피하면 결과는 더 불행해질 수 있다. 적당히 눈감아주는 것이 지금은 조용한 것 같지만 자칫 상습적인 외도로 빠지게 해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
외도문제를 잘 해결하려면 무엇보다도 아내의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은 합리적인 판단을 마비시켜 일을 망쳐놓는다. 분하고 힘들겠지만 침착한 반응과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즉각적인 행동을 취하지 말고 자신의 감정을 잘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남편과 계속 접촉하고 있으면 화가 치밀어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이때는 잠시 집을 떠나 혼자 여행을 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외도사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과연 이 결혼을 계속 유지할 가치가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런 후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생각이 정리되면 전문가에게 상담을 청해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