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이 지속될 기미가 보이자, 정부가 식품업계 대표들을 소집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압박에 식품업계는“정부의 강력한 신호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기업의 희생’을 대놓고 요구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8일 식품업계와 물가안정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직접 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간담회에는 CJ제일제당, 남양유업, 농심, 동원F&B, 동서식품, 롯데제과, 매일유업, 삼양식품, 오뚜기, 오리온, 풀무원, 해태제과, SPC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 장관은 “올 상반기 중에는 식품 업계가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등 최대한 물가 안정을 위해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업체 대표들은 민생부담 완화를 위해 가공식품 물가 안정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당분간 식품 기업들의 가격 인상 행보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 요청에 따라 소주 업계 1위 하이트진로도 당분간 소줏값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의 소줏값 압박에 놀란 맥주업계도 동결을 선언했다. 이달 들어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상하려던 풀무원도 계획을 철회했다.
식품업계는 은행·통신 등 정부의 압박을 받는 다른 업종과 달리 실적이나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간담회에 참석한 주요 식품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20년 평균 6%대에서 지난해 4%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규모는 커졌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밀가루·설탕·팜유 등 원재료 가격과 석유·가스 등 에너지 비용이 상승 하는 등 ‘3고 현상’에 인건비까지 더해지며 수익성이 대폭 줄어들었다. 주류세 등 제품에 부과되는 세금은 높이면서도 기업에는 출고가격을 올리지 말라고 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인위적인 가격 통제·압박에 중점을 두기보다 구조적으로 공급 물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