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화장품협회가 기능성 화장품 효능효과에 대한 정부의 사전 심사 제도 권한을 민간으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안전성 문제와 제품 정보 부재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경우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17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협회는 최근 기능성 화장품 사전심사·보고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화장품 산업의 발전을 위해 규제 혁신이 필요한데 정부 주도의 사전관리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능성화장품 심사·보고 제도 폐지가 그 중 하나라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기능성 화장품은 이미 고시된 동일 효능성분을 사용한 제품으로 획일화되는 경향이 있고, 제품 유효성에 대한 검증과정 요건이 까다롭다보니 화장품 업계의 혁신 제품 개발을 저해한다는 것.
기능성 화장품은 화장품 중 화장품법 및 시행규칙에서 지정한 효능효과를 표방하는 화장품으로 품질과 안전성 및 효능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심사받은 제품이다.
2000년 화장품법 제정과 함께 실시된 기능성 화장품 사전심사·보고 제도는 당시 의약품 관리 규정을 준용해 도입됐다. 화장품도 의약품처럼 주성분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심사해야한다는 취지에서다.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은 건강과 직결되기에 제도 실시 이후 현재까지 식약처에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 동안 기능성 화장품 제도는 식약처가 효능효과를 인정하는 제품이란 점에서 소비자들이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신뢰하고 구매할 수 있는 요인이 됐다.
해당 제도가 폐지되면 소비자가 겪는 혼란과 피해가 커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협회는 기업 등 민간에서 화장품 효능 실증을 책임지면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2021년 기준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는 4428곳, 책임판매업체는 2만2716곳에 달하는 상황이다. 민간에서 신뢰도 있게 제품 관리가 가능할지 미지수다.
20년 넘게 정부가 심사 관리해온 제도를 폐지하고 민간으로 인증 주체를 전환하는 것 역시 소비자들의 불안 요소로 꼽힌다.
협회 관계자는 "해당 제도 자체가 규제로 작용해 화장품 개발이나 기술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며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기술 수준이 이미 선진화돼서 정부가 인증해야 하는 당위성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명규 협회 부회장은 최근 출입기자 브리핑에서 "국내 화장품 산업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세계 화장품 트렌드를 이끌어 갈 혁신기술과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진국형 규제혁신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국내 중소 화장품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 화장품 기업들의 경우 기능성 화장품 심사를 통과해 인증받으면 식약처가 인정한 제품으로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즉 해당 제도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소 화장품 업체들에 시장 진출 등용문 역할을 했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기능성 화장품 제도는 중소 화장품 브랜드 제품들도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성장의 발판이 돼 왔는데, 제도가 폐지되면 대형 화장품 브랜드에만 유리한 시장을 만들어 줄 것"이라며 "화장품업계 입장을 대변한다는 협회가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