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는 2022년 시즌을 앞두고 타선을 대거 보강했고, 2023년 시즌을 앞두고는 선발진을 대거 보강했다. 새 구장 개장 효과를 스타 선수들과 묶어 제대로 누리겠다는 계획이었다.
그 화룡점정이 바로 '건강하다면' 제구상 최고 투수 타이틀이 손색이 없는 제이콥 디그롬(35)이었다. 다른 팀들이 부상 경력에 고개를 저을 때, 텍사스는 디그롬에 5년 총액 1억8500만 달러(약 2457억 원)를 과감하게 베팅했다. 하지만 디그롬은 스프링트레이닝부터 지속적인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전완근 염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전완근 부상은 팔꿈치 인대 문제의 전조로 여기는 경우도 많아 걱정이 태산이다. 다만 그 공백을 잘 메워준 선수가 등장했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데인 더닝(29)이 그 주인공이다.
더닝은 11일(한국시간) 시애틀과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의 무난한 내용으로 올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함과 동시에 첫 선발승을 거뒀다. 더닝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좋은 흐름을 이어 가는 투구이기도 했다.
2020년 텍사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더닝은 2021년 27경기(선발 25경기)에 나가며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에도 29경기나 선발 등판했다. 다만 이는 선발진이 워낙 약했던 텍사스의 팀 사정과도 연관이 있었다. 지난해 29경기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4.46으로 썩 좋지 않았고, 결국 선발투수들이 대거 보강된 올 시즌을 앞두고는 불펜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불펜에서 롱릴리프 몫을 충실히 해냈고, 디그롬이 부상으로 조기 강판할 때 몇 차례 좋은 모습을 선보이며 결국은 대체 선발로 낙점됐다.
더닝은 첫 선발 등판이었던 6일 LA 에인절스와 경기에서 5이닝 2피안타 무실점의 좋은 투구를 했다. 비록 승리는 얻지 못했지만 결국 11일 승리를 거뒀고, 선발 등판한 2경기에서 11이닝 동안 2실점으로 선전했다. 올 시즌 10경기(선발 2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72의 호투 행진이다.
텍사스로서는 가성비가 뛰어난 선수다. 아직 연봉조정자격을 얻지 못한 더닝의 올해 연봉은 74만2000달러(약 10억 원) 수준이다. 최저 연봉 선수가 팀 내 최고액 선발 투수의 몫을 훌륭하게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디그롬이 돌아오면 더닝은 다시 불펜으로 갈 가능성이 높지만, 텍사스 선발 투수들은 대체적으로 부상 경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원이 생기면 언제든지 선발로 갈 수 있는 더닝을 호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보면 팀 내 입지나 트레이드 가치도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