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등댈 자리

레이시스 0 02.27 00:47

결혼 전, 한 선배가 소파에서 벌어졌던 남편과의 애정 행각에 대해서 세세히 들려준 적이 있다. 한가한 일요일 오후, 무심하게 TV를 시청하다 남편과 눈이 맞아(?) 블라인드도 치지 않고 소파에서 한바탕 섹스를 즐겼다고 했다. 그 선배 부부는 침대에서만 섹스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준 최초의 주변인이었다. 그러고는 잊고 있었는데, 남편의 뜬금없는 제안에 선배의 얘기가 떠올랐다.

결혼 3년차, 침대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남편의 이 말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자기야. 우리 여기서 한 번 해 보자.” “여기?” 남편은 눈짓으로 식탁을 가리켰다. “밥 먹는 데서 뭘 하겠다는 거야?” 나는 발끈했지만, 남편은 친절한 목소리로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우리 집 식탁은 원목이잖아. 유리 탁자였으면 말도 안 꺼냈지. 당신 다치면 어떡하라고. 지난 번 일본 출장 때 사온 커피 내릴까, 은은한 커피 향 나게? 나무 위에서 커피 향을 맡으며 한다면, 음. 진짜 환상적이겠다.”

남편은 설득하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꼭 해보고 싶었다는데, 환상적일 거라며 눈 뜨고 꿈을 꾸는 사람에게 거절을 표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우리는 저녁상을 물리고 식탁에서 거사를 치렀다.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 색다른 긴장감 때문인지 남편에게도 나에게도 꽤 만족스러운 섹스였다. 

나의 제안으로 소파에서도 해 보았다. 등받이, 팔걸이 부분 등 굴곡이 있는 소파는 묘한 잠자리였다. 좁아서 더 매력적이고 다양한 체위를 구사할 때 굴곡진 부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현관에서 선 채로도 해보았다. 신발장 문고리에 등을 부딪치는 아픔을 감내하면서. 침대 외 섹스 중 백미는 바로 베란다에서의 섹스. 우리 집은 아파트이긴 하지만 베란다 맞은편이 큰 공원이라 외부 시선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해변에라도 온 듯 비치 타월을 깔아놓고 누웠다. 딱딱하고 차가운 타일 바닥이 온몸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감미로웠고, 공원의 벌레 우는 소리는 맑은 노래처럼 기분을 고조시켰다.  

Comments

커뮤니티 게시판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