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한 선배가 소파에서 벌어졌던 남편과의 애정 행각에 대해서 세세히 들려준 적이 있다. 한가한 일요일 오후, 무심하게 TV를 시청하다 남편과 눈이 맞아(?) 블라인드도 치지 않고 소파에서 한바탕 섹스를 즐겼다고 했다. 그 선배 부부는 침대에서만 섹스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준 최초의 주변인이었다. 그러고는 잊고 있었는데, 남편의 뜬금없는 제안에 선배의 얘기가 떠올랐다.
결혼 3년차, 침대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남편의 이 말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자기야. 우리 여기서 한 번 해 보자.” “여기?” 남편은 눈짓으로 식탁을 가리켰다. “밥 먹는 데서 뭘 하겠다는 거야?” 나는 발끈했지만, 남편은 친절한 목소리로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우리 집 식탁은 원목이잖아. 유리 탁자였으면 말도 안 꺼냈지. 당신 다치면 어떡하라고. 지난 번 일본 출장 때 사온 커피 내릴까, 은은한 커피 향 나게? 나무 위에서 커피 향을 맡으며 한다면, 음. 진짜 환상적이겠다.”
남편은 설득하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꼭 해보고 싶었다는데, 환상적일 거라며 눈 뜨고 꿈을 꾸는 사람에게 거절을 표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우리는 저녁상을 물리고 식탁에서 거사를 치렀다.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 색다른 긴장감 때문인지 남편에게도 나에게도 꽤 만족스러운 섹스였다.
나의 제안으로 소파에서도 해 보았다. 등받이, 팔걸이 부분 등 굴곡이 있는 소파는 묘한 잠자리였다. 좁아서 더 매력적이고 다양한 체위를 구사할 때 굴곡진 부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현관에서 선 채로도 해보았다. 신발장 문고리에 등을 부딪치는 아픔을 감내하면서. 침대 외 섹스 중 백미는 바로 베란다에서의 섹스. 우리 집은 아파트이긴 하지만 베란다 맞은편이 큰 공원이라 외부 시선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해변에라도 온 듯 비치 타월을 깔아놓고 누웠다. 딱딱하고 차가운 타일 바닥이 온몸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감미로웠고, 공원의 벌레 우는 소리는 맑은 노래처럼 기분을 고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