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상공 400㎞의 저궤도. 지름 1.6㎞, 거대한 고리 모양의 우주 구조물이 떠 있다. 언뜻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연상시키지만, 구조물 내엔 지구에서처럼 나무가 자라는 울창한 정원과 깨끗한 공기가 있다. 상주인구가 1만 명에 달하는 이곳엔 거의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첨단의료 스캐너, 로봇 비서, 태양계 어디든 다닐 수 있는 첨단 우주선 등이 있다. 거대한 핵융합로가 만들어내는 무한 청정에너지가 이 ‘우주 도시’를 돌아가게 하는 힘이다. 2013년 개봉한 공상과학(SF) 영화 ‘엘리시움’(Elysium)에 등장하는 ‘우주 도시’의 모습이다.
시대 배경은 앞으로 130여 년 뒤인 서기 2154년. 지구는 폭증한 인구로 자원이 고갈되고 환경이 오염돼 사람이 살기 부적절한 곳이 됐다. 대신 영화 제목과 같은 이름의 우주 도시 엘리시움은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주도하는 엘리트들이 첨단 과학기술의 힘으로 만들어 낸 그들만의 유토피아다.
엘리시움은 SF영화 속 22세기 우주 도시이지만, 21세기 인류는 이미 ‘미래도시’를 꿈꾸기 시작했다. 엘리시움이 오염된 지구의 대안이듯, 현실 속 미래도시 계획 또한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현재의 대안 환경이다. ‘특이점’(singularity)을 향해 치닫기 시작한 21세기 첨단 과학기술이 미래도시를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