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전 절반에 ‘기준 위반 부품’…27년 동안 모른 한수원

유린 0 08.03 00:42

1996년 이후 만들어진 국내 모든 원전의 해수여과망 시공에 법적 기술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부품이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수여과망은 원전에 냉각수로 공급하는 바닷물에서 이물질을 걸러내는 설비다. 이 설비에 문제가 생겨 원전에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냉각수가 공급되면 원전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국내 가동 원전 25기 중 경북 울진의 한울 원전 이후 지어진 13기와 건설 중인 원전 3기에 설치된 해수여과망 설비가 국내 법령상 기술기준이 아닌 유럽 시험기준에 따른 부착식 앵커볼트로 시공된 것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앵커볼트는 회전하는 해수여과망을 취수구조물(바닷물을 끌어들이는 설비)에 고정하는 부품이다. 부착식은 콘크리트를 뚫은 자리에 에폭시와 같은 경화용액으로 앵커볼트를 굳혀 고정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국내 원전 기술기준인 미국 콘크리트학회(ACI)의 ‘안전관련 콘크리트 구조물 기준’에 맞지 않다. 이 방식을 사용하려면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원안위는 지난해 12월 경북 경주 신월성 1호기 정기검사 중 서류 검토 과정에서 해수여과망 설비의 기술기준 위반을 처음 발견하고 최근까지 전체 원전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원안위 조사 결과, 한국수력원자력은 1996년 한울 3·4호기 건설 당시 해수여과망의 성능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기술기준에 맞지 않는 앵커볼트를 처음 시공한 뒤, 이 선례를 이후 건설되는 모든 원전에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은 물론 원자력안전규제기관에서도 30년 가까이 이 부분에 대한 기술기준 적합성 여부를 한 번도 점검하지 않고 기준위반 설비가 돌아가게 한 것이다.


다만, 원안위는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안위는 “설비고장 가능성과 안전기능 유지 여부 등을 평가한 결과, 부착식 앵커볼트가 사용된 전체 가동원전 13기 모두 1주기 운전(약 18개월) 동안의 운전 안전성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계획예방정비 중인 신월성1·한빛6·한울5호기에서 앵커볼트를 설계강도로 당겨 보는 등의 현장시험을 실시한 결과 기준이 요구하는 성능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현장시험에서는 기준이 요구하는 내진 시험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원안위는 “일부 시험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추가적인 안전성 평가 등을 통해 성능 유지가 가능하다는 공학적 타당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수원에 가동 원전에 대해서는 1주기 운전 후 다음번 계획예방정비 기간까지, 건설 원전은 운영허가 전까지 기술기준을 만족시키도록 조치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해수여과설비에 이상이 생겨 원전에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냉각수가 공급되면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기술기준 위반이 오랜 시간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 원자력 안전 규제에 큰 문제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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