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베이션(masturbation), 정확한 어원도 밝혀지지 않은 단어입니다. 라틴어로 마누스(manus, 손)와 스투프로(stupro, 욕되게 하다)라는 낱말이 합친 말이라고도 하고 아니라고도 하네요. 한편 오나니즘(onanism)이라는 말은 원래 남녀 모두에게 쓰던 표현. <구약성서>에 나오는 오난이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따왔대요.
불쌍한 오난. 맏형이 죽자 집안에서는 장남의 대를 이어야 한다며 오난을 형수와 결혼시켰어요. “그러나… 오난은 형수와 한자리에 들었을 때 정액을 바닥에 흘려 형에게 후손을 남겨 주지 않으려 하였다.”(창세기 38장 9절) 이것이 신의 눈 밖에 나서, 오난은 목숨을 잃었대요. 이야기의 의미가 뭘까요? 전통적인 해석은 이래요. 성행위의 목적은 종족번식이 으뜸이고 쾌락은 버금이어야 하는데, 오난의 행위는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거죠. 서양의 점잖은 어르신들은 이 구절에 기대어 자위행위는 죄악이라고 주장했어요. 그러나 보시다시피 자위를 하지 말라고 신이 직접 명령한 일은 없군요.
오늘날 오난의 행위는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철학자들은 “너 자신과 다른 모든 사람의 인격을 언제나 동시에 목적으로 대우하도록 행위하라”는 칸트의 정언명령을 끌어오기도 해요. 나의 성적 쾌락을 위해 타인을 수단으로 삼으면 안 된다는 말씀. 다만 그 전에 대를 잇기 위한 수단으로 아들과 며느리를 이용한 것 아니냐고 지적할 수는 있겠네요.
그런데 엄밀히 말해 오난은 자위를 한 건 아닙니다. 씨를 몸 밖에 흘리는 행위를 라틴어로 코이투스 인테르룹투스(coitus interruptus), 즉 중단된 성교라고 하더군요. 종족번식이 뒷전이라는 점은 같은데요, 자위 역시 타인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행위일까요? 자위할 때 누군가를 상상한다면 어떤 윤리적인 문제가 생길까요?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자위를 금기시하는데요, 이건 단순한 편견일까요 아니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걸까요?